지난 26일 과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진호 기자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에 따라 교과서 발행체제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념 편향 문제의 해결책으로 국정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검정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더 동조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26일 과천 국사편찬위원회 대강당에서 교사, 역사학회 회원, 교과서 집필자 및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편향성 논란 속에서 한국사 교과서 개발 방향에 대한 현장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에서는 검정체제를 유지하자는 주장이 다수를 이뤘다.

주제 발표에 나선 방대광 고대부고 교사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기준을 바탕으로 검정체제의 교과서 집필이 이뤄져야 한다"며 "민간 출판사에서 역사 교과서를 개발하더라도 해당 시대의 집필자를 1명 이상 배치하면 편향성 문제는 해결될 것"라고 말했다.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거 박정희 정권의 유신 사례를 예로 들며 "정권 또는 집권세력에 우호적인 서술이 일관될 경우 정권교체와 함께 교과서 내용도 바뀌게 된다"며 "국정 발행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또한 이 교수는 "오랫동안 논의를 거친 검정 체제를 보완해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재의 과제”라 말했다.

김대길 국사편찬위원회 역사진흥실장은 "위원들이 (교과서를) 직접 조사하고 심의하는데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50일 내외"라며 검정기간의 확대를 주장했다. 또한 "국가예산확보는 심의위원 수와 심사 시간의 확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건"이라며 양질의 교과서 검정을 위한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최병택 공주교대 교수는 "검정과정에서 불거진 수정 권고사항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국정 교과서에는 저자의 단순실수로 인해 잘못된 내용이 실린 경우가 많았다"며 "다양한 사람이 집필해 보다 정확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현재 국정체제하의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가 특정 대중 역사서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있다"며 국정제가 도입되면 국가 지원으로 질 좋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허언'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하나의 교과서가 국론 분열을 막는다는 발상은 순진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정체제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왔다.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수는 "어느 누가 정치적 외압을 떠나 공정하게 역사를 기술할 수 있겠느냐"며 역사교육 자체는 중립성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사는 하나"라 강조하며 "국정 체제를 통해 서술이 왜곡될 수 있는 부분은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국사편찬위원회에 "정사 위주로 교과서를 편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교과서 국정전환을 반대하는 피켓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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