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청년들 사이에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기존 3포 세대를 넘어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른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에 정부는 청년실업난의 대안책으로 청년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다양한 창업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3~2015년 동안 투입한 청년창업 지원예산만 해도 20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창업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청년창업 생존률은 20%에도 못 미치는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문제로 "국민들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것이 맞나", "투입 비용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며 '혈세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 청년실질실업률 36.5%.. 10명 중 3명은 실업자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40만에 육박한 이때 어떻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2003년 인기 청춘시트콤 ‘논스톤4’에서 쓴웃음을 자아냈던 고시생 앤디의 유행어다. 무려 13년이 흐른 지금도 청년실업난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만 15~29세) 실업자 수는 2010년 34만 명(8%)에서 2014년 38만 5,000명(9%)까지 증가하다 지난해 2월 48만 4,000명(11.1%)으로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등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사실상 실업상태인 ‘실질적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 높아진다.

지난해 말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전국의 청년 실질실업자는 2010년 147만 6,000명(27.4%)에서 2014년 173만명(30.9%)으로 4년 사이 26만 4,000명(3.5%)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2015년 1분기 청년 실질 실업률이 36.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실상 10명 중 3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N포세대와 더불어 부모 도움이 없으면 출세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 논란을 야기했으며, 대한민국을 '헬조선' 살아남기 힘든 지옥이라고 표현한다.

◆차고 넘치는 '청년창업지원금'

현재 박근혜 정권이 대학생 창업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도 청년창업 지원예산으로 1,100억 5천만 원을 2014년도에는 51.7% 늘어난 1670억 원을 배정했다.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도 창업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2013~2017)'을 발표해 창업휴학제, 창업대체학점 인정제, 창업학점 교류제 등 청년창업 지원을 확대 실시하고 있다.

중기청의 '2015년도 창업지원 사업계획'에 따르면 창업아카데미, 창업선도대학, 청년창업사관학교, 창업보육센터 등 21개 창업지원사업에 총 1조 5천여 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는 2014년도 1조 5,222억원보다 7.7% 늘어난 수치다.

대표적으로 중기청은 창업진흥원과 함께 ‘창업선도대학’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 창업선도대학사업 예산은 650억 원으로 2014년에 비해 142억 원이 더 투입됐다.

이와 함께 창업보육센터에는 총 227억 원이 지원됐으며, 기업가 정신 및 창업교육, 창업동아리 등을 운영하는 청소년 비즈쿨에는 60억 원, 창업아카데미에는 8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또 대학(원) 재학·미취업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창업인턴제와 성실실패 예비 재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재도전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을 신설해 각각 50억 원과 35억 원을 지원했다.

◆청년창업 열기 '후끈', 반면 실제 생존률 '냉랭'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으로 청년창업에 대한 열기와 청년창업기업 수도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생존률은 30%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23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기업생명 행정통계’에 따르면 30대미만 대표자 기업의 신생률은 2014년 기준 42.5%, 30대 대표자 기업 26.6%로 전체 연령대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신생률 만큼 소멸률 또한 높다. 2013년 기준으로 30대 미만이 23.8%, 30대가 17.4%로 1, 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체 기업의 평균 소멸률 12.4%보다 높은 수치다.

생존률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떨어진다. 2013년 30세 미만 청년이 대표자인 기업의 경우 창업 이후 5년 생존율은 16.6%로 10곳 가운데 2곳도 채 생존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 지원책으로 청년창업가들의 초기 진입이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로 청년창업지원책은 대부분 1~2년 차에 집중돼 있다 보니 3년을 넘어가는 청년창업가의 수는 극히 드물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벤처기업은 창업 초기 1~2개의 정부 프로그램에 지원해 3,000~7,000만 원 정도의 초기자금은 쉽게 확보하지만, 창업 이후 상품제작과 마케팅 등을 위해 필요해 1~3억 원 가량의 투자를 받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죽음의 골짜기(Death Valley)를 넘어가지 못하고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

◆ 취·창업 청년지원책만 142개, 정작 당사자인 청년들은 "잘 몰라요"

정부와 전국 대학에서 청년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창업지원 대책과 프로그램을 내놓지만 실제 청년들이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겉돌고 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전국 2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 청년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조사' 결과, 정부의 청년지원 사업이 142개에 달하지만 정작 이를 참여한 청년들의 경험은 10.6%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지원 사업은 5개 분야별로 취업지원 29개, 창업 27개, 일자리 창출 15개, 인재 양성 65개, 복지 6개로 총 142개에 달한다. 

하지만 20대 청년 10명 중 6명(64.8%)은 청년지원정책이 '10개 이하'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토록 청년들의 관심이 낮은 것은 청년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 및 홍보가 부족(67.2%)하고, 정책내용에 대한 이해가 어렵기 때문(12.9%)으로 나타났다.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A대학의 경우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캠프, 창업경진 대회 등 거대한 비용을 들여 창업 관련 행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관심을 갖고 참가하는 학생들은 극소수였다.

하지만 대학 실무자들은 행사에 몇 명이 참가했는지 대한 실적과 수치위주의 성과내기에 급급해 지인을 동원하거나 참가자 수를 임의로 늘려 기록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취업도 문제가 많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무분별한 청년창업지원 정책도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