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9%로 역대 4월 청년실업률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극심한 취업난 탓에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졸업 유예금과 학점이수 의무로 학생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졸업유예를 신청하는 학생 수는 지난 2011년 8,270명에서 2014년 1만 8,570명으로 약 1만 명 증가했다. 졸업유예제도는 전공 및 교양학점을 모두 이수하고, 졸업요건을 충족한 학생들이 졸업을 미룰 수 있는 제도다.

기업에서 졸업예정자나 재학생을 더 선호한다는 시선 때문에 많은 학생이 졸업을 미루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 대외활동 176개의 모집요강 등에서 '대학생'으로 지원자격을 한정해 관련 경력을 원하는 학생들의 지원에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서울권 A 대학 기계공학과 졸업유예생인 박모(28) 씨는 "집안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학자금 대출을 받아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겨우 졸업요건을 채웠다"며 "기업 채용 시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소리에 4학년 2학기 내내 취업에 매진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아 결국 졸업유예를 신청하고 또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업을 위해 졸업을 유예하는 데도 유예금을 꼭 내야 하는 학칙의 이유를 모르겠다. 취업도 안 된 마당에 졸업 먼저 하라는 대학의 이기심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졸업을 미뤄서라도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으며 채용 시 졸업예정자 우대 혜택을 누리려는 학생들은 '졸업유예금' 또는 '학점 이수 의무'라는 난관에 부딪힌다.

졸업 유예를 신청하는 학생들에게 유예금을 부과하는 상당수의 대학은 다양한 산정기준을 가지고 있어 그 금액 또한 천차만별이다. 최소 30만 원에서 최대 80만 원까지 이르는 졸업유예금은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대학은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이 많을수록 재학생 수가 증가하면 점수가 낮아져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해 졸업유예금을 물려서라도 학생들의 졸업을 장려하려는 방책이다.

뿐만 아니라 학점 이수를 의무화해야만 졸업을 미룰 수 있는 대학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취업 관련 콘텐츠의 수준은 상당히 미흡하다고 말한다.

'청년이여는미래'가 실시한 '대학졸업유예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에서 졸업유예생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 관련 질문에 대해 '따로 제공되는 것 없다'(34.2%), '강의가 따로 없고, 학교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32.8%) 등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더불어 학생들이 유예기간 동안 이수한 강의는 '성적이 없는 패스 과목이나 사이버 강의'(28.5%), '성적이 미진했던 과목 재수강'(22.9%), '관심 있던 교양이나 타과 전공 수업'(22.9%)이 대부분이다.

졸업유예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명목으로 유예금을 부과하는 대학에서는 실질적인 취업 관련 강의가 부족해 유예생들의 돈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졸업유예제도를 폐지하는 대학들도 증가하고 있으며, 취업난에 고심하는 대학생들은 졸업을 부추기는 일부 대학의 행태에 낙심하고 있다.

서울권 B 대학 관계자는 "졸업유예제도로 인해 졸업유예생이라는 또 하나의 학생계층이 생긴다. 기존 재학생들에게 투입돼야 할 교수, 교직원 등의 자원이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일부분 투입되기도 해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며 "또한 학생들의 취업이 굉장히 어렵다 보니 무조건 졸업을 장려하면, 학생은 물론 대학의 취업률 성적에도 큰 타격이 있어 마냥 방치할 수만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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