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취업만이 살길, 금수저 못 물었으면 '스펙 쌓기'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는 대학 생활은 이미 사라진 것 같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과 심화되는 취업난으로 현실의 벽에 부딪힌 대학생들은 많은 고민을 한다.

'헬조선'과 '다포세대(다포기하는 세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등 각종 신조어와 함께 금흙수저 계급론까지 생겨나면서 요즘 대학생들은 '금수저 못 물었으며 스펙이라도 쌓아'라는 식의 몸부림이 처절하다.

전국 대학을 취재하면서 만난 대학생들은 사는 곳, 나이, 학과 다들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고민은 진로였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취업스펙을 쌓아 취업만 준비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입시 준비에 열을 올려 목표 대학에 진학한 뒤 연애, 캠퍼스의 낭만, 대학생활도 잠시. 학년이 올라갈수록 각박함과 취업고민뿐이라는 것은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닌가 반문해본다.

올해 무더위에도 학생들은 취업 걱정에 토익 학원과 도서관, 스터디 룸을 돌아다니며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토익과 각종 자격증 학원이 빼곡한 강남 한복판 길가에는 한 손엔 책과 무거운 가방을 메고 길게 줄지어 선 학생들이 수두룩한 모습을 보면 무한경쟁시대 청년들의 고군분투가 그려진다.

최근 만났던 서울 G대학에 다니며 하반기 기업공채를 준비 중이라는 4학년 최모(27)씨는 토익은 기본, 각종 자격증 따기, 면접스터디 등 취업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요즘 대학생에게 즐거운 대학생활, 여행과 연애, 여가생활은 사치"라며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부터 공모전, 봉사활동 등 스펙을 쌓거나 취업 준비때문에 대학 생활을 즐기거나 여유로울 틈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특히 올해 기업 공채 수가 줄어들어서 점점 좁아지는 취업 문으로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2월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기업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올해 30대 그룹의 신규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4.2% 감축됐다.

특히 주요 기업들이 지원서류에 학점, 어학성적, 사진 등의 학벌과 스펙을 보지 않겠다며 일명 '탈스펙, 무스펙' 전형으로 채용제도 변화에 나섰지만, 정착 취업준비생들은 '별 차이 못 느낀다', '지원 서류에 스펙란이 많다', '실제 스펙이 높은 사람이 서류에라도 붙는다"며 여전히 스펙 쌓기에 열을 내는 실정이다.

그 스펙이라는 것이 과연 내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내가 정작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의문은 사치라는 것.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과 청년 취업난 시대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이런 고민을 못 한다는 사실이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