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 갈등..중국 유학생들 속앓이

"한국과 중국 간 사드 배치 문제로 학내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지도교수님도 명동이나 인사동 같이 번화가에 외출자제를 권고할 정도다. 사드문제 언급을 피하고 있으며, 내색하진 않지만 눈치가 보인다"-한국생활 4년차 중국인 유학생 공모(26)씨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생활비 때문에 보부상(화장품, 가전제품 등) 알바를 했다. 특가상품으로 나온 한국 제품을 싸게 구매해서 중국에 해외배송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형태로 수익을 냈는데 최근 중국의 한국제품 판매 금지령으로 판로가 막혔다. 한국의 반중감정때문에 알바자리 구하기도 어렵다"-한국생활 2년차 중국인 교환학생 왕모(24·여)씨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한·중 양국의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한국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발 해킹 공격으로 국내 대학 15군데 서버보안이 뚫리면서 대학가 반중 감정도 거세지고 있다.

법무부가 발표한 '국가별 국내 외국인 유학생 추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중국 유학생은 1714명에서 2015년 6만 1940명으로 15년간 약 6만 명 증가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지리적 근접성과 쾌적한 생활시설, 편리한 교통 등의 장점으로 한국 유학을 결정한 중국인 학생 수가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한한령 선포와 여행 규제 및 비자 발급 규정 강화, 한국 관광 금지령 등으로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모습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의 왕래가 많았던 서울 명동과 경복궁, 제주도 등은 중국인들의 발길이 확 줄었다.

이와 함께 국내 체류하는 중국인 유학생 수도 점점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법무부의 '국적별 유학생 현황'을 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 수는 6만 5386명으로 지난해 9월 7만명을 돌파한 이후 5000여 명 정도 줄어들었다.

실제 대학가에는 사드 여파로 한·중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 유학생들은 혹시 모를 마찰을 피하기 위해 중국어 사용을 자제하거나 직접적인 만남을 피하고 번화가 등의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다.

경기권 소재 D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중인 중국인 유학생 공모(26)씨는 지난 2014년 아버지 추천으로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공씨는 영어와 한국어 등의 외국어는 물론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고 1년 남은 학위과정을 마치면 한국에서 취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사드보복이 거세짐에 따라 한국생활을 포기하고 조기 귀국을 고민 중이다.

공씨는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친구들(중국 유학생)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곤 하는데 한·중 관계가 악화될 수록 중국인에 대한 안 좋은 시선과 취업 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귀국을 고민한다"며 "수업 시간에는 교수들이 서울 번화가나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이 때문에 내심 한국 학생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심리적으로 위축이 된다"고 털어놨다.
D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과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재학생 김모(24) 씨는 "중국 롯데 불매운동, 반한 운동 등을 접하면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진다며"며 "이들과 기숙사 생활을 함께 하면서 불편함을 느껴 서로 거리를 둔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제품 불매 운동과 함께 양국의 보부상 거래가 차단되면서 중국 유학생들의 생활비 마련 창구도 막혔다.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전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 전자기기 등을 중국에 택배 또는 보부상을 활용해 보내고 수익을 내는 알바가 성행했다. 주로 국내에서 특가세일을 하는 한국제품을 구매해 중국 친구, 지인들에게 가격을 올려파는 형태며, 한달 수입은 200~500만 원까지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수학 중인 중국인 교환학생 왕(25·여)씨는 지난해 중국에 비해 비싼 한국물가와 월세 등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이 알바를 시작했다.

왕씨는 "당시 미숙한 언어소통과 정보 부재로 카페, 음식점 등 일반적인 알바는 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친구의 도움을 받아 보부상 알바를 시작, 생활비를 벌었다"며 "그런데 최근 사드문제가 터지면서 거래가 끊겨 알바 자리를 구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식당이나 화장품 가게의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가면 대부분 거절당하기 일수"라며 "중국의 사드보복이 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