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으로 본 대학의 위기와 변화

부실대학 폐교조치 속출, 학령인구 감소, 정원미달 사태 대비...전국대학 수시모집 '치열'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오는 2020년부터는 고교 졸업자 수보다 대입정원이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런 위기에 봉착한 전국의 대학이 2018년 수시비중을 대폭 늘려 신입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56만 2218명인 고교 졸업자 수는 오는 2023년에 39만 7998명으로 29.2%(16만 4220명)나 감소한다. 현재 대학 입학정원(2017년 49만 9775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6년 후에는 대입정원이 고교졸업자 수보다 10만1777명 많아진다.

◆정원미달 사태와 부실대학 폐교조치 가속화

지난해 말 올해 초까지 입시에서 충청도에 소재한 C전문대학은 4차 모집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경기권 전문대학 2곳도 신입생 미달사태가 벌이지면서 이제 수도권 대학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교육부가 지난 2014년부터 대학 구조개혁 추진하고 있다. 2023년까지 9년간을 3주기로 나눠 총 16만 명의 대입정원을 감축하고 대학의 수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가산점을 빌미로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고 있으며, 전체 대학을 평가해 등급이 낮은 대학은 학생 정원을 줄이도록 압박했다. 그 결과 1주기 대학 구조개혁정책으로 감축된 대입정원은 4만 4000명이다.

부실 대학의 폐교조치도 현실화됐다. 지난 2015년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최하위 E등급을 받았던 서남대, 대구외국어대, 한중대, 광양보건대, 대구미래대 등 5개 대학이 폐교 위기에 놓였다. 그 중 한중대와 대구외대는 폐쇄명령 행정예고에 들어갔다.

◆2018학년도 수시박람회..전국대학 신입생 유치 경쟁 '치열'

고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방지의 일환으로 대학의 수시 선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18학년도 수시모집 주요 특징 자료를 보면 2018학년도 대입 전체 모집 인원은 34만 9776명으로 지난해보다 244명 줄었다. 반면 올해 수시모집으로 선발하는 학생은 25만 8920명으로 지난해 24만 6891명에 비해 1만 2029명 늘었다. 비율도 74%로 3.5%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수시모집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수시 박람회에 참가하는 전국 대학의 수도 늘어난다. 각 대학은 다양한 입시전형, 장학혜택 등을 내세우며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얼마전 4년제 대학 및 전문대학 2018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열렸다. 이 기간 박람회장은 수시 상담과 입학전형 안내를 받기 위해 모인 수험생으로 북적였다.
특히 극심한 취업난의 현실을 반영하듯 간호과, 물리치료과 등 보건·의료계열과 항공과, 유아교육과 등 소위 '취업'이 보장돼 있는 학과에 상담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수도권 K전문대 입학 관계자는 "수시모집 비율이 증가한 만큼 정시에서 뽑을 수 있는 인원인 줄기때문에 대학 입학정원을 최대한 수시모집에서 채워야 한다"며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없애고 수시 전형도 다양화했으며, 장학금 지원 혜택의 폭도 늘렸다. 타 대학과 차별화한 입시전략을 세워 신입생을 유치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권 H대학 입학사정관은 "전국 대학은 학령 인구 감소 등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과 통·폐합 등 정부 눈치를 보며 재정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입시전형료 폐지, 입학금 감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입학정원이 줄어들면서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보다 지방 사립대학은 더 큰 어려움에 놓였다. 앞으로 벌어질 정원미달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 중이다"고 설명했다.

◆ 올해 U턴족 역대 최고..'취업' 잘 되는 간호·보건계열 찾는 학생들

4년제 대학 졸업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아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유턴(U-turn)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장기화되는 청년 취업난의 여파로 올해 유턴 입학생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7학년도 전문대학 입시결과 자료를 보면 올해 전문대 유턴 입학생 수는 1453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학생이 전문대학에 재입학했다.

전문대 유턴입학생은 △2012년 1102명 △2013년 1253명 △2014년 1283명 △2015년 1379명 △2016년 1395명 △2017년 1453명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의 선호 학과는 간호계열에 604명(42%)이 입학해 1순위로 꼽혔다. 이어 보건 226명(16%), 응용예술 101명(7%), 경영·경제 58명(4%), 복지 58명(4%) 순이었다.

취업에 도움 안 되는 4년제 학사 학위보다는 전문대학에서 '취업'만을 목표로 재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되며, 취업난이 가중됨에 따라 전문대 유턴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S대학 문과 계열 전공자인 최(26·여)모 씨는 최근 전문대학 수시박람회를 찾았다. 최 씨는 "문과 졸업을 앞두고 취업이 불안했다. 취업난을 겪는 선배들을 보면서 다른 길을 선택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 입시상담을 위해 박람회에 참가했다"며 "간호사, 물리치료사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하기 때문에 보건계열 분야로 상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정책 한 자문위원은 "학령인구 감소는 과거 대학과 산업현장으로 학생을 분류하는 이분론적 낡은 입시위주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다. 다양성과 개성이 있는 교육과정으로 혁신을 꾀해야 하는 시대적 추세를 맞이할 것"이라며 "학령인구 감소는 분명한 대학의 위기이지만, 변화의 촉진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 특성화 대학, 거점 국립대 통합 등 대학의 혁신이 필연적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