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영희 교수, "사회지도층의 권력은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도덕적 의무 다해야

늘 그랬다. 추운 연말이면 소외된 불우이웃을 찾고, 그들을 위한 모금 활동은 벌어진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선 ‘사랑의 열매’ 행사를 열고, 사람이 붐비는 거리 곳곳엔 빨간색 자선냄비가 구세군의 종소리와 함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일,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쌈짓돈을 털어 기부금으로 내놨다. 사랑의 열매 1호 기부다. 이 기부금 등은 소외되고 생활이 궁핍한 이들에게 모두 지원된다.


하지만 이 같은 기부금이 매년 줄어든다고 한다. 이는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격차가 늘면서 소외계층은 더욱 소외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불어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의무도 그냥 묻히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종. 사회는 여전히 이들의 동참을 애타게 갈망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가 워렌버핏은 약 50조 원의 거액을 자선사업 기금으로 헌납했다.


그는 "내 자식들은 미국의 99%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자식에게 줄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조선 정조 당시 거듭된 흉년에 굶주린 제주도 백성들을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쌀을 내준 ‘거상 김만덕’, 군수업으로 막대한 부를 일군 재산으로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놓은 ‘최재형’, 백리 안에 굶은 이가 없게 하라는 신념을 나눔으로 실천한 ‘경주 최부잣집’ 등이 있었다.

 
최근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 희생된 ‘단원고 열 두 명의 선생님’, ‘유느님’이란 칭호로 유명한 ‘개그맨 유재석’ 등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사회 지도층 인사의 면면을 보면 통 큰 기부소식 보단 ‘금수저의 갑질’이란 뉴스 보도가 줄을 잇는다.


이는 국민들의 공분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를 온통 진흙탕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하는 일부 기업들은 더 많은 이익창출을 위해 최순실의 사금고 의혹을 받고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에는 거액을 아낌없이 기부했다. 하지만 정작 사회적 약자에겐 자린고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작금의 우리나라 사회적 지도층은 존경의 대상이 아닌 비난의 대상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이런 여파가 국민들에게도 파장을 일으켜 기부문화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1년 36.4%에서 2017년에는 26.7%로 나타났다.


앞으로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도 2013년엔 48.4%로 절반에 육박했지만, 계속 하향 추세를 보이다 올해에는 41.2%를 기록했다.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권력가와 재력가 등 사회 지도층들은 솔선수범해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을 적극 실천해야만 한다.


특히, 기업은 일회성 기부, 장학금 수여 등 전시위주의 단순 시혜사업을 넘어서서 수시로 변화하는 사회적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공헌 전담기구 등을 설치, 중장기적으로 고령화, 청년실업, 저출산, 다문화 및 결손가정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사회지도층의 권력과 재력가의 재산이 오직 모든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건전한 기부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만 우리나라가 진정한 복지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문영희 안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는 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전문위원, 전) 광명시 철산종합사회복지관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