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전국 대학의 패션디자인과 26만 명의 학생이 졸업한다. 글로벌 SPA브랜드로 인해 국내 내셔널 브랜드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직장은 점점 줄어들고, 취업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패션 산업구조의 변화때문에 자신의 레이블을 만들어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형노 ㈜동동 대표는 "한 시즌의 의류를 만드는 데 2000만~30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빚까지 내서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내놓아도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며 "왜냐하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대부분은 29CM, 무신사, W컨셉, 원더플레이스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샵에 몰린다. 한 편집샵 당 2000~3000개의 브랜드가 있는데 과연 몇 개가 살아남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진 디자이너의 경우에는 기존의 잘 나가는 선배 디자이너와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한 마디로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며 "창업자에게 해외시장 진출은 인프라 부족으로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동동에서 만든 '서울라이프(SEOUL LIFE)'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현재 거대한 패션을 가진 일본을 대상으로 국내 디자이너들의 패션·라이프스타일 상품을 진출시키고 있다.

이 대표가 일본을 첫 번째로 공략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시장의 성숙도다. 일본은 국내 디자이너 상품을 소비하기 위한 관심과 경제력이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가 발달하면서 K-드라마와 K-팝의 유통이 훨씬 다양해졌다"며 "일본인들이 한류에 대한 충분한 관심과 소비력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공급자 즉 디자이너가 느끼는 매력이다. 이 대표는 "국내 디자이너에게 해외 시장의 성공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며 "중국 시장의 성공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일본 시장의 성공은 명예다. 일본은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가여서 디자이너들에게 돈과 함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상징성도 크다"고 말했다.
'서울라이프'는 단순히 국내 디자이너의 옷을 일본에 파는 셀렉샵 브랜드는 아니다. 서울을 주제로 한 패션, 뷰티, 클럽파티(밤문화), 드라마와 예능 속 한국어 대화 등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매거진의 성격도 갖고 있다.

또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이용자의 음악 취향에 맞는 추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듯이 '서울라이프'를 통해 패션 스트리밍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상황에 따른 다양한 코디를 보면서 자신의 옷장 속 의상으로 직접 따라해보거나 '서울라이프'의 대여를 통해 직접 경험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서울라이프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또 미국, 유럽, 중국 순으로 시장 영역을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시장 확보를 통해 국내 디자이너 풀을 형성하고 제품 생산부터 홍보, 유통까지 책임지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에이전트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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