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구세군 자선냄비' 준다..기부문화 활기 잃어

경기불황의 지속, 청년취업난, "진짜 불우이웃 돕는지 확신못해" 불신감까지 더해

"기부요? 제 코가 석자..요즘 취업도 힘든데 기부할 여유나 의지도 없어요", "최근 어금니 아빠나 사회복지단체 기부금 횡령 등등..이런 사건을 보면 기부하고 싶지 않아요"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구세군 자선냄비, 후원금 전달'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지속적인 경제불황과 사회적 이슈 등으로 기부문화가 활기를 잃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명동거리 영하 10도 매서운 날씨 속에서 기부 독려를 호소하는 구세군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현장에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자는 "불경기와 기부금 관련 안 좋은 사건때문인지 예년보다 도움의 손길이 위축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7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지난 2011년 '36.4%'에서 올해 '26.7%'로 10%p 급락했다.

현재 사랑의 열매가 '희망 2018 나눔캠페인(사랑의 온도탑)'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모금액은 지난 29일 기준 2604억 원으로 목표액인 3994억 원의 '65.2%'만을 달성했다. 그동안의 같은 기간 목표 달성률을 비교하면 △2017 '73.3%'(모금액 2630억 원/모금목표 3588억 원) △2016 '78.3%'(2685억 원/3430억 원) △2015 '79.5%'(2598억 원/3268억 원)'으로 해가 지날수록 위축되다 올해 크게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경기불황 장기화로 각박해진 사회 분위기와 함께 최근 복지단체의 기부금 횡령, 어금니 아빠 사건 보도 등으로 인해 기부에 대한 불신감까지 더해진 영향 탓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딸의 치료비 명목으로 받은 기부금 12억 원을 외제차량 구매, 문신 비용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8월에는 결손아동 돕기 단체인 새희망씨앗이 소외계층 후원 명목으로 기부받은 128억 원 중 2억 원만 실제 불우아동을 돕고 나머지는 직원들이 호화 관광, 고가 수입차, 아파트 구매 등으로 횡령해 공분을 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2038명을 대상으로 한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 보고서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 964명 중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 52.3%가 '경제적 여유가 없다'라고 응답했으며, '기부를 요청하는 기관, 단체를 믿을 수 없다(23.8%)'를 답했다.

직장인 김지현(27·여·경기 부천)씨는 "제작년까지 일정금액을 후원했지만 후원단체의 과도한 경비 지출 등 운영의 불투명성을 알게 돼 중단했다"며 "최근 여러 사건 보도를 접하면서 사용처가 불분명한 기부에 대해 큰 거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인권(26·서울)씨는 "취업준비와 학자금 마련 때문에 기부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지금 누구를 돕는다는 것은 사치다"라고 토로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최근 새희망씨앗, 이영학 사건 등의 여파로 기부에 대한 불신감이 조성, 기부문화의 위축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며 "투명한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