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 두고 체대생들 공분

"우리나라 대표팀 출전권 박탈..충격", "갑작스러운 팀원 변경은 선수 사기 저하와 팀워크 떨어트릴 것", "정치로 스포츠 정신 위배"

"현송월이 숙박은 어디서, 식사는 무엇을 했는지, 외모가 어떻다는 언론보도할 게 아니라 현재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의 심정과 각오를 기사화하고 이들을 응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가 꿈인 체대생들은 불편한 시선을 넘어 공분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팀워크가 중요한 경기에서 급작스러운 팀원 변화는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남북 화합을 위해 스포츠에 정치권이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스위스 로잔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허락하고,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성을 확정했다. 단일팀 참가자 명단(엔트리)은 기존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을 합해 35명이다.

하지만 매 경기에 뛸 수 있는 인원은 22명이며, 여기에 북한 선수 12명 중 3명은 반드시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대 4명의 우리나라 선수가 엔트리에 포함돼 있더라도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실제 23명 엔트리에서 탈락한 이민지 선수는 SNS를 통해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체대생들은 같은 스포츠인으로서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화여대 체육과학과 재학생 김모(26·여)씨는 "올림픽 출전은 선수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며 "한 순간에 갈고 닦은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자기관리를 해 온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바뀐 팀원과 경기를 잘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체대 재학생 주모(29·여)씨는 "평창올림픽만 바라보며 수년간 고된 훈련을 이겨냈을 선수들이 안타깝다"며 "20일도 안 남은 시점에 남북 단일팀 구성한다는 것은 같은 체육인으로서 충격적"이라고 토로했다.

건국대 체육교육과 재학생 홍모(25)씨는 "느닷없는 남북 단일팀 구성은 그동안 올림픽에 올인한 국가대표 선수 개개인 노력은 물론 팀워크를 저해해 팀 전체의 사기를 꺽는 짓"이라며 "스포츠가 정치화에 이용당하는 것은 올림픽이 가지는 숭고한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체육과학과 졸업생 심모(28·여)씨는 "정부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를 들어가기 위해 십수년동안 운동한 선수의 입장을 생각해봤는지 의문이다"며 "북한의 현송월이 방문에 숙박은 어디서 하고 저녁은 뭘 먹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는 것보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현재 심정을 기사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현직 체육교사 조모(27·여)씨는 "경기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는 아이스하키의 경우 1초 10초가 위기고 찬스다. 북한 선수들이 뛰는 단 몇 초의 찰나도 아이스하키에서는 매우 큰 부분"이라며 "또 체력소모가 크고 짧은 시간 안에 골을 만들어야 하므로 선수 간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이번 남북 단일팀은 기형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며, 22일 오후 4시 기준 약 5만 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와 함께 IOC 회의가 열린 지난 20일 남북 단일팀을 이끄는 새러 머리 감독이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사진을 돌연 늑대 사진으로 변경해 이목을 끌었다. 각 늑대에 'KOREA'라고 쓰여 있고, 사진 상단에는 'Are We Predators or Are We Prey? (우리는 맹수인가 먹잇감인가)'라는 문구로 현재 혼란스런 심정을 표현했다.

김희우(前 고려대 아이스하키팀 감독·52)씨는 "어차피 선수단 의사와 관계없이 결론은 내려졌다. 지금부터는 IOC나 정부와 대립하며 힘을 소모하지 말고 우리만의 올림픽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미리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북한 선수와 하루빨리 합동훈련을 시작하고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