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미투문화, 어느 직장에나 만연

청년취업난을 어렵게 극복한 사회초년생, 산넘어 산 '직장 내 괴롭힘' 조직문화가 기다려

얼마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자살 배경에는 '태움(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며 영혼을 태울 때까지 질책한다는 뜻의 속어)'으로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


비단 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에 다양한 형태로 태움 문화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청년취업난을 어렵게 극복한 사회초년생에게 조직문화라는 미명아래 또다른 시련과 스트레스를 준다.

교육사업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 A(34)씨는 상사의 질책때문에 출근이 늘 두렵다. 꾸지람의 두려움때문에 업무가 긴장의 연속이 됐고, 과민성대장증후군까지 생겨 설사를 달고 산다. 긴장 속에서 일을 하다보니 불필요한 실수를 연발하자 상사는 폭언을 넘어 폭행까지 일삼게 됐다. 바닥이 좁은 업무 특성상 이직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A씨는 "출근길에 직장상사가 사고로 죽었으면 하는 나쁜 생각을 떠올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며 "상명하복, 위계질서에 따른 조직문화가 업무능률을 저하한다는 통계가 있지만, 가르침을 빙자한 잦은 폭언은 업무 이전에 극도의 스트레스로 퇴사를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한 번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은 '73.3%'로 나타났다. 피해 빈도는 46.5%가 '월 1회 이상', 25.2%가 '주 1회 이상'이었다. 특히 '거의 매일'이라는 응답자도 12%에 달했다.

언론사에서 재직했던 B(28·여)씨는 "문화부에 입사했을 때 사수가 여자였는데, 손이 없는 줄 알았다"며 "식당에서 물 따르기와 수저 놓기는 기본 뷔페를 가면 음식을 떠오거나 문까지 열어줘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나의 충성도에 따라 하루 업무량이 달라졌고, 선배 지시는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결국 이직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쇼핑업계에서 일하는 C(29·여) 씨는 "우리 회사는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과 태움(직장 내 괴롭힘 은어)의 합성어인 '미태(미투+태움) 문화'에 가깝다"며 "억지 회식 참여와 술 강요, 모욕감을 주는 폭언 등 스트레스때문에 곤욕이다. 업무의 질(?)을 높이라며 여성직원을 점프하도록 시키고 수시로 툭툭 던지는 성적인 농담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직장 내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경험한 적 없다'보다 절반이 많았다.

위계질서가 엄격하다고 답한 응답자 중 '모욕감을 주는 폭언, 고함' 등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성 20.6%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남성의 경우도 11.5% 였다. 또 '성적 수치심을 주는 언어, 시선, 신체접촉'과 관련된 항목에선 여성 12.4%, 남성 2.7%가 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한 간호사는 "병원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신입간호사(현장 직무능력 전무한)가 배치되고 이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선후배간의 온도차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요즘 사회초년생들이 직장에서 일을 배우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어 선후배간 소통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