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5학년 취준생입니다', 취업 못해 졸업유예

'등록금 3천만 원'+'졸업유예금 30~80만 원'='대학교 5학년(취준생)'...비참한 졸업유예 공식

매서운 겨울 한파가 지나가는 2월, 전국 대학가는 졸업식으로 분주하다.

그러나 고용 한파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자 '졸업유예 공식'을 따르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이 씁쓸한 공식은 '8학기 평균 등록금 3천만 원'+'졸업유예금 30~80만 원'='대학교 5학년(취준생)'다.

지난해 4년제 대학생의 평균 한 학기 등록금은 335만 5900원(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으로 총 8학기에 등록금만 약 2700만 원.

그런데 올해 대졸자 10명 중 1명만 정규직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인 대학생 1112명을 대상으로 '현재 취업 현황과 졸업식 참석 여부' 조사 결과 정규직 응답자는 11.0%에 그쳤다. '인턴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응답자는 10.0%, '아직 취업하지 못했다'는 79.0%에 달했다.

서울 소재 H대에 재학 중인 A(경영학과·27)씨는 이달 졸업 예정자였지만,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연거푸 낙방하자 '울며 겨자먹기'로 졸업을 미뤘다.

A씨는 "희망기업에 취업을 못해 졸업을 유예했다"면서 "고용자 입장에서 볼 때 지원자의 취업준비 기간이 길면 능력이 없거나 매력이 없는 사람, 취업에 실패한 사람으로 인식할까봐 대부분이 졸업 유예를 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년 동안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을 쌓았지만 지난해 공채에서 탈락한 후로 자신감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취업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를 보면 졸업요건이 충족했지만 학사모를 거부하는 학생이 절반이 넘었다. A처럼 '재학생 신분이 취업에 유리할 것 같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고용악화 여파로 지난 2017년에만 1만 6000명의 대학생이 졸업유예를 신청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실업자 수 최대, 각종 고용지표 악화 등을 감안하면 졸업을 미루는 학생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졸업을 미룬 S대 B씨(25·여) 씨는 "졸업생은 인턴 지원도 어렵다. 선배들도 취업할 때까지 졸업을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면서 "고용 시장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니 졸업유예가 아닌 2년 이상 장기 휴학하는 선후배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 취업도 안 돼 서러운데...졸업유예금으로 '두번 울리기'

올해부터 졸업을 미룬 대학생에게 졸업유예금 부과가 금지된다. 일명 '졸업유예생 등록금 강제징수금지법'. 이 법은 지난해 4월 취업난에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발의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대학이 명목을 바꿔 졸업 유예금을 받고 있다. '학교 시설 이용료'와 '취업과목 수강'이 명목이다.

부산 지역의 D대 등 3곳의 대학은 '학교 시설 이용료' 명목으로 졸업유예금 이름을 바꾼 채 정규학기 등록금의 5.5~8% 비용을 졸업 유예생에게 부과한다. 또한 강원권 S대 등 4곳의 대학도 등록금의 8~10%에 해당하는 졸업유예금을 받는다. 서울 Y대의 경우 등록금의 1/6 정도며, S여대는 0학점 기준 약 33만 원에서 학점에 따라 '추가학기 등록금'을 내야 한다.

S대 졸업유예생 C(25)씨는 "취업도 못해 불안하고 졸업유예금까지 내려니 부담스럽다"며 "정부가 올해부터 졸업유예금을 폐지한다고 했지만, 우리 대학은 명목을 바꿔 다른 형태로 유예금을 요구한다. 학생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돈벌이 하는 모습에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서울권 한 대학 관계자는 "관련 법안은 수강 의무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학교 도서관과 식당, 주차장 등 시설 이용료와 함께 취업지원 등을 위해 유예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