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에 '감원 칼바람' 분다...설상가상 취준생 '한숨'

"희망퇴직 공고가 게재되면서 장기근속자 사이에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최근 구조조정으로 내가 근무하던 부서는 사라지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쳤다. 긴장감 맴도는 사내 분위기 때문에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직장인 임 모씨·35세)

"청년 취업한파에 설상가상으로 감원 소식을 접하면 사실상 취업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있던 직원도 자르는 마당에 신입사원을 뽑겠나. 이런 추세라면, 올해보다 내년 취업시장은 더 가시밭길이 될까 두렵다" (취준생 오 모씨·26세)

국내 산업계 전반에 매서운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조선에 이어 올해는 자동차, 항공, 기계, 중공업, 디스플레이 업계까지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경제침체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치자 국내 기업들이 인건비 등 고정비를 최소화하는 '감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재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1월 12일까지 근속 15년 이상인 직원에 대해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다. 지난 5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 10월 창사 이래 첫 단기 무급휴직을 실시한 대한항공도 2013년 이후 6년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앞서 르노삼성자동차는 인력 구조조정 방침을 담은 담화문을 공개, 내년 생산하는 신차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1교대 근무제 전환에 따른 대량해고로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철강(현대제철) △기계·중공업(현대일렉트릭, 두산중공업) △조선(한진중공업)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의 업계도 줄줄이 무급휴직·희망퇴직과 같은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복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현 사태의 원인으로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법인세 인상·세액공제 축소 등 친노동·반기업적 정책을 꼽는다. 이와 함께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일자리 감소와 내수시장 침체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가운데 직장인들은 언제 짤릴 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고, 이미 취업난으로 골머리를 앓던 취준생은 악화일로를 걷는 구직시장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취준생 김 모씨(30)는 "암담한 구직시장을 보면서 취업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다. 앞으로 기업 공채도 폐지·축소하는 수순을 밟는 만큼, 내년 상반기 취업준비가 벌써 막막하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또래 구직자 중 취업을 완전히 포기한 '취포자'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