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조 원 쓰고도 '0명대 출산율'...신혼부부 "아이 키우기 버거워"

#1. 직장인 양모(42)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한 명 뒀다. 아이를 무척 좋아하지만 둘째 계획은 진즉에 포기했다. 맞벌이 가정에서 아이 하나 키우기가 버겁다는 사실을 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양 씨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비용보다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인기 있는 국·공립 유치원은 입원 경쟁률도 매우 치열하다"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이런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만, 정작 정부는 양육·육아수당 등 현금 살포성 복지에만 치중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2. 직장인 손모(31)씨는 지난해 결혼한 신혼이지만 자녀 계획만 생각하면 눈 앞이 깜깜하다. 아이가 생기면 경력단절이 필연적인데 외벌이로는 양육비까지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상 '강제적 딩크족(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이 된 셈이다.

손 씨는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이 아닌 직장에서는 육아휴직하면 죄인 취급을 받는다. 결국 직장을 계속 다니려면 양가 부모님의 눈치를 보면서도 아이를 맡길 수 밖에 없다"며 "부동산 값까지 폭등해 신혼집 장만도 힘든데, 아이까지 생기면 결혼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없을 것 같아 자녀 계획은 계속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 2006부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68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수는 43개월째 연속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116조 8000억 원의 혈세를 들였지만, 지난해 한국은 세계 유일의 '0명대 출산율' 국가로 낙인 찍혔다.

복수의 전문가는 현 사태의 문제점으로 정교함이 떨어지는 '현금 퍼주기식' 복지 정책을 꼽았다. 그 사례로 무상보육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 가정 내 양육비 부담을 줄이고자 0~5세 유아 대상 무상보육을 시행했다.

지난 2016~2018년 무상보육에 쓴 예산만 지방비 포함 37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저출산·고령화 예산의 3분의 1(32.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정작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원했던 복지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보육 서비스 강화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은 10%(2018년 기준 9.2%)에 불과하다.

저출산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자연 인구 증가율도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 지난해 10월 0%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층이 출산에 회의적인 만큼, 인구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설문기관 조사결과, 20대 미혼남녀 10명 중 6명이 출산에 부정적이었으며, 상당수가 경제적 부담, 부족한 교육 인프라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초년생 김모 씨(28)는 "취업과 내 집 마련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는데, 결혼은 청년에게 너무 먼 이야기"라며 "어찌어찌 결혼해도 경제나 복지제도가 지금보다 개선되지 않는다면, 출산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