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학력 제외'...블라인드 채용 결과 'SKY 출신' 다수

교육부가 최근 '차별금지법'에서 명시된 차별금지 조항 중 '학력'을 빼자는 의견을 낸 것이 대학가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하지만 여론은 정부기관이 학력으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사회적 관행을 타파하기는커녕 도리어 학벌주의를 강화한다는 중론이다.

막상 학력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가 국내 공공기관과 기업에 도입됐지만,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국내 상위권 대학 출신 합격자 비율이 이전과 비슷하다는 통계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1일 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은 '공공기관 채용정책에 대한 연구: 블라인드 채용제도의 도입효과 분석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세연은 지난 2017년부터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된 24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제도 도입 전후를 분석하고, 블라인드 채용 제도 도입 예외를 인정 받은 공공기관과 비교했다.

결론적으로 서울대(S)·고려대(K)·연세대(Y) 졸업생인 이른바 'SKY대' 출신 입사자 비율은 블라인드 채용 도입 전에 비해 고작 0.5% 줄었다. 조세연도 통계상 무의미한 수치라고 밝혔다. 

또한 지원자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필기시험 난이도가 어려워지자 고졸 출신 지원자가 배제되는 현상까지 발견됐다. 학력으로 차별하지 않겠다며 도입한 제도가 중·고졸 출신자의 취업을 막는 새로운 장애물이 된 것이다.

한 홍보업체 인사담당자 박 모씨(40)는 "지원자의 학력을 전혀 모르면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지원자와 채용기관 간의 인력 미스매치 문제로 재직 1년 이내 퇴사자가 늘어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태생적으로 결정되는 성별, 외모, 가족관계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학위와 전공까지 차별 요소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여론에서는 학력을 따지는 것이 '공정한 차등'이라고 보고 차별금지법에서 학력을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소재 H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 송 모씨(27)는 "고교생 시절 사교육 없이 열심히 공부해 '인서울' 대학에 합격한 학생 입장에서 차별금지법은 역차별"이라며 "학력이 차별금지 조항이 된다면 상위권 대학 진학으로 '개천용'을 꿈꾸는 학생들의 동기부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학력을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성취 정도가 달라지는 만큼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차별금지법에서 '학력'을 빼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논란이 일자 법안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진행키로 했다.

차별금지법안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인종, 성별 정체성, 학력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자 마련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했으며, 지난달 14일 국민 동의 10만 명을 넘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