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인증 장벽, 무너뜨려야 자생력 커진다”

사회적기업가토론회

 

 

지난달 24일 서울 홍대 인근 카페에 네 명의 남자가 모였다. 이들은 비록 정부가 인증한 사회적기업은 아니지만, 취약계층에 일자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각자의 회사와 단체를 꾸려나가고 있다. 머니투데이 대학경제는 이들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초청, ‘사회적기업, 바로알고 도전하자’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고영 소셜컨설팅그룹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이들은 어떤 문제의식 속에 사회적기업을 시작했고 정부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대한 관점 등을 얘기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국내의 사회적기업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만 신경 쓰고 있다”며 “정부 의존도가 높다 보니 자체 수익이 없고 자생력 또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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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 본인 회사나 단체의 소개를 부탁한다.
 
김정현 대표김정현 : 딜라이트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경제적 부담 없이 보청기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또 소셜벤처 전문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해 젊은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2개 회사에 소액이지만 (투자금을) 집행했고 향후에는 투자회수(엑시트)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도 진행할 것이다.  
 

변준영 대표변준영 : 한국대학생재능포럼은 재능기부를 통해 대학 문화를 바꿔보자는 목적의식을 갖고 출발한 국내 최대 대학생 재능기부단체다. 현재 사회적기업 관련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고 정부 또는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한 봉사단을 만들어 ‘대학생 프로보노’를 발굴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임정택 대표임정택 : 사회혁신기업인 ‘향기내는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히즈빈스’라는 커피전문점과 새터민이 운영하는 떡 유통사업체 ‘꿈꾸는 떡, 설레’, 기초생활수급자의 창업을 돕는 창업컨설팅그룹 ‘손을잡고’ 등이다.
 
 
 
고영 : 사회적기업가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김정현:  20살 때부터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꾸준히 고민해왔다. 특히 일반적인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문제, 기본적인 수준은 넘더라도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을 연구하는 모임도 만들고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도 해봤다. 그 과정에서 소득이 없는 노인들이 값비싼 보청기를 사지 못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돕고자 보청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변준영 :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지역아동센터에서 1년 정도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적기업에 대해 알게 됐다. 또 해외 사례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으로 봉사활동도 떠났다. 봉사단체에서 일했던 미국의 대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직업으로 이어지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생들에게도 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을 갖게 하고 소셜 비즈니스로 이어지게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단체를 만들게 됐다.         

임정택 : 2008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대학생 창업교류전에서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 베이징대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세상을 변화시킬 꿈을 갖고 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면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면서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지역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동안 내 안에 나눔과 베품의 삶은 없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찾게 됐다.
 
 
고영 : 우리나라는 현재 정부 주도 하에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고 자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고용노동부로터 받는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는 스펙트럼을 좁힌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정현 : 국가에서 지정한 사회적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도 사회적 목적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굳이 ‘기업’의 형태가 돼야 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정부가 ‘무엇이 사회적기업이다’라고 규정하기 보다는 민간이 사회적 가치와 문제 해결 효과를 보면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사회적기업이다. 아니다’ 식의 논쟁은 의미가 없다.

변준영 : 인증제도를 통한 지원에 있어서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은 처음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중엔 독이 돼서 자생할 수 없는 기업을 만든다. 공적자금을 투입할 게 아니라 공유가치창출(CSV)을 많이 실현하는 기업에게 차라리 세제 혜택을 더 많이 주는 게 낫다.

임정택 : 사회적기업은 추구하는 사회적 목적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고, 자체 수익·운영모델 방식을 만들어서 그 기업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사회적기업의 경우 인증을 통해 지원금을 받음과 동시에 사업을 시작한다. 이는 잘못됐다. 인증은 향후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지원도 인건비에만 그칠게 아니라 투자비 등을 통해 자립성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고영 : 외국의 사회적기업 가운데 국내 인증 체계를 적용하면 (사회적기업이) 될 수 없는 기업을 꼽아본다면.

김정현 : 방글라데시의 대표 사회적기업인 ‘그라민뱅크’를 꼽을 수 있겠다. 그라민뱅크는 저소득층을 위한 소액 대출 은행이다. 하지만 유급 직원 없이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전체 근로자 중 취약계층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또 대부업체라는 점 때문에 육성위원회 심의도 통과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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