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등록금 적립 논란’…무슨 일이?
김영진 기자2011.06.09 12:25
인하대 ‘등록금 적립 논란’…무슨 일이?
지난 3월30일은 인하대학교 학생들의 모든 마음을 대변해주는 날이었다. 인하대에서 ‘3.30 학생총회’가 대운동장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약 500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모인 이 날에 대해 많은 대학생들이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2000년대 이만한 학생 숫자가 캠퍼스에 모인 일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많은 학생들이 그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3.30 학생총회’를 통해 등록금 동결, 학생 요구한 실현, 정부를 향한 등록금 인하라는 ‘인하人의 3대 요구안’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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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인하대학교는 등록금을 3.9% 인상했으며 이는 전국 대학 등록금 인상률 중 2위에 해당한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등록금 동결을 권고 및 불가피할 경우 인상률을 3%로 제한한 것을 생각하면 인하대학교의 이번 조치는 반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하대학교 측은 학교에 매년 발생하는 예?결산의 차액을 부당하게 적립했는데 2002년부터 모인 그 적립금만 해도 470억원에 달한다.
이월 등록금 적립…인상만 고수
인하대 수입은 크게 등록금과 재단이나 정부의 지원금 등을 포함한 기타기금을 통해 발생된다. 이렇게 벌어들인 인하대의 총 이익은 2800억원 가량이다. 그 중 등록금 수입이 1700억원 정도로 학생들에게 환원해야 할 돈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적립금을 쌓아 나가고 있다는 논란이다. 예? 결산 차액이 남으면 이를 다음 년도 예산안에 적용시켜야 하지만 이를 적립한 채, 등록금 인상만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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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원(30) 인하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지금까지 이월된 적립금만 1342억원 정도 된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하루 24시간도 부족하게 생활하는데, 학교 측은 이를 방관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취하려 한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수 일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배고픔보다 등록금에 따른 많은 학생들의 슬픔이 더 힘들 것이라며 등록금 투쟁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적립금에 등록금이 포함되어 있는데 학생들의 돈을 적립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학생들이 교육을 목적으로 낸 일종의 수업료인 만큼 학생들에게 돌아와야 한다. 이러한 학교의 부당한 이익창출은 분명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캠퍼스 이전,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
인하대 캠퍼스는 2017년 송도 신도시 부지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캠퍼스 이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등록금 인상에 따른 교육의 질 개선 등이 있다면 기꺼이 더 낼 수 있다. 후배들이 차후에 더 좋은 환경 안에서 교육을 받는다면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불가피한 등록금 인상에 대한 억울함보다는 학교 측의 자의적인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에 따른 학생들의 혜택이 있다 말한다. 그렇다면 그에 앞서 학생들에 먼저 물어봐야 했다. 정말 등록금 인상에 따른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현 등록금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말이다.”
인하대에 재학중인 이모씨(26)는 “학교 측은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학교가 학생들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의구심을 표명했다.
총장님께 드리는 편지
“이번에 등록금이 올라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충 15만원 정도 올라간 정도인데, 경제도 어렵고 돈 벌기도 힘든데, 그리고 제가 군대가기 전이나 군대를 다녀온 후나 학교시설이 달라진 것도 별로 없고, 등록금 내는 만큼 대우받는다는 느낌도 안 드는데, 굳이 올려야 하셨습니까? 솔직히 15만원 노가다 2일만 뛰면 법니다. 그렇지만 총장님. 그 2일을 이제는 좀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그 2일 동안 하고 싶은 전공 공부를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나 학생들이 등록금을 버는 그 시간, 그 비용을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하고 배려하는데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총장님... 인하도 바라지 않습니다. 등록금을 동결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인하대 자유게시판에 유난히 많은 추천과 댓글이 달린 글이다. 이 글은 많은 인하대 학생들의 공감을 얻어냈으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등록금 문제에 참여하도록 고무시켰다.
형편이 좋지 못한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도 모자라 아예 휴학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등록금을 벌기위해 휴학 중인 이창호(24)씨는 “하루가 다르게 등록금이 오르고 있다. 이 등록금을 채우려고 하루 꼬박 10시간을 일한다”며 “다른 학생들보다 뒤쳐질까봐 남는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 하지만 피곤함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5차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학교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총장실 점거라는 강행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
전 회장은 “학교 측은 학생과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입장이 잘못되었다면 지적이라도 해서 협의를 이끌어야 된다. 그러나 우리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며 “학생들의 힘을 끝까지 보여줘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겠다. 오는 5월24일에 있을 일만(一萬)인 ‘우리는 인하다’ 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저력을 다시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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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모두가 알다시피 반값 등록금 제도는 여?야 모두 합의를 거쳤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등록금인상률상한제로 바뀌었다. 이게 결국 등록금을 인상시켜도 된다는 얘기랑 뭐가 다르냐”며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인하대 총학생회 측은 “대학은 고등교육이라는 이유로 교육비를 개인의 몫으로만 돌리고 있는 것이 현 정부의 태도다. 하지만 대학교육은 현재 사회 분위기상 필수나 다름없다. 등록금 문제에 있어?대학들에게로 그 책임을?전가하지 말아야 한다”며?정부는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등록금에 대해?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영진 대학생기자 / rmfodp@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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