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능) 배치표]

대학(수능) 배치표에 대한 단상(98~2008년 배치표 모음)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

대학 배치표, 수능 배치표, 대학 배치표에 대한 이야기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12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안으로 들어왔다. 고3이 된지 엊그제 같은데 머리 끈 질끈 동여메고 노량진으로 들어가 재수를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수능 카운트 다운 100일의 고지점을 돌았다.

학생들은 수능이라는 성시(聖試)를 치르기 위한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한창이다. 어떤 학생은 모의고사 풀이를 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공부법을 택하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마지막으로?이론 최종점검을 하며 수능이란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마지막 의지를불태운다.20년만에 다시 고3이 되어버린 부모도 바쁜 것은 마찬가지다. 새벽에 집에돌아오는 자식들을 마중나가랴, 교회나 절에 가서 명문대학 합격을 위한 기도 하랴, 정신이 없다. 단 하루 그날을 위해. . . .

▲자식들의 대학합격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부모들

그날은?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날이다. 그 날의 주인공인 수험생 뿐만 아니라 주인공을 응원하는 가족, 친지, 후배들에게도 가슴 졸이는 날이다.주인공이 듣기 평가를 치르는 순간에는?항공기 운행도 통제가 되니?항공사에게도 중요한 날이며 이 밖에도 퀵서비스 오토바이 운전자,?경찰들 등거의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중요한 날이다.

▲한 수험생이 경찰차를 타고 수험장에 들어가고 있다.

▲후배들이 수능을 치르는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

▲퀵서비스 운전자에게도 이 날은 중요한 날이다.

▲수능 듣기평가 때는 항공기도 운항이 통제가 된다.

그 날은 물론 12년간의 학창생활의 승자와 패자가 엇갈린다는 점에서 잔인한 날이기도 하다. 사람을 웃고 울리는 무서운 날이다. 누구는 생각보다 점수가 잘나왔다며 웃음을 지을?것이며?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긴장을 해 시험을 망쳤다며 목놓아 울 것이다. 한바탕 웃고,?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대학원서를 쓰란다. 대학입학은 수능점수+정보+운이 따라줘야 한단다.비록 좋은 점수는 맞지 못했지만 좋은 정보를 가지고 전략을?짜고 운까지 따라준다면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다는 데 "그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다"고?다시금 의지를 다진다. 그리고 '3승'을 위한 정보탐색전에 나선다.

요즘 대학입학은 정보가 정말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국제MIA가 대학을 입학할 때는 정보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았다.배치표 한 장이면 됐다. 당시는 '수시'라는 전형이 막 태동할 무렵으로?'수시'로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학생부 성적이 들어가긴 했으나 대학입학에 반영되는 점수는 극히 미미했다. 고로?우리에게 정보란 '배치표' 그?자체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수능점수'만 가지고 대학을 입학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입학 사정관'이라는 제도가 생겨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한다. 소위 고등학생들에게도 '경시대회 합격' '파워블로거' '토익점수' '봉사활동'과 같은 '스펙'을?쌓아야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이들에게 정보란 다양한 스펙을 쌓기 위한 다양한 정보다.대학가기 참 어려워졌다.

그러나 배치표가 여전히 수험생들에게 절대권력이라는 것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것같다. 이 놈은 상당히 무서운 놈인데 수험생들의 진로를 틀어버리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대학에 입학한 국제MIA의?사촌동생은 경영학과를 가고 싶어했지만?배치표가 택도 없다고?조언을 해줘?과감히 진로를 변경했다.사촌동생은 울며겨자먹기로 이 놈이 정해준 가장 낮은학과를 쓸 수 밖에 없었다. 가장 낮은학과도 점수 2점이 모자르기 때문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지만 이렇다할 정보가 없는?사촌동생에게는 이놈에 의존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물론 대학에게도 이놈은 공포권력이다. 이 놈이 정한 '대학서열'은 절대 쉽게 깨지지 않는다. 자칫하다간 우리 대학서열이 한 단계 낮은 이미지로 수험생들에게 각인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놈에게 잘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미지 격하는 대학의 위상격하, 취업 불이익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한 누리꾼이 만든듯한 보이는 대학서열. 배치표는 대학서열을 만든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배치표, 이놈 신뢰할 수 있는 것인가?

배치표는 소위 사교육을 하는 '학원'에서 만든다. 말하자면 정부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학원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교육 기관이므로 당연히 배치표도 학원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자료다. 자본에 휘둘린 개연성이 농후하므로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수험생도, 대학도 옳지 못한 태도다.

예전?한 학원의 입학설명회에서 배치료를 담당하는?이모씨는 이런말을 한 적이 있다.

ㅇㅇ학교의 ㅇㅇ학과의 배치표 점수를?좀 올렸더니 결과는 정원 미달이었습니다. 고로 결국 추가모집 정원을 냈지요.

입학생들의 수능성적을 토대로 배치표를 만든다면 대학 입학을 위한 유용한 정보로써 물론 중요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학에서는 입학생들의 입시결과는 몇년 째 발표하지 않고 있다.

98년도에는 4급간에 있던 모 학과는 2000년에는 10급간으로 내려갔다. 2년만에 무려 6급간이나 내려간 것이다. 당시 입시결과는 별 반 차이가 없었다고?한다. 심지어 05년도에 4급간에 있던 모 학과는 06년도에는 9급간 07년도에는 다시 3급간에 배치됐다.도대체 무슨 근거로 배치표에서 특정 대학의 학과를 한 단계 올리고 내린다는 것인가?

▲92년대 배치표

▲96년도 배치표

▲98년도 배치표

▲2008년도 배치표

▲2011년도 배치표

배치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로비가 작용할 수도 있는 개연성이 있다. 특정학교, 특정학과를 띄워주는 주식의 작전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막강한 입시권력을 쥐고 있는 배치표에 그런 로비는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대학의 서열은 거의 배치표로 만들어진다. 대학들은 학원가에 다양한 로비를 하고 있고 수험생들은 이를 맹신하는 기이한 현상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요즘은 고3 수험생뿐 아니라 대학생들도 배치표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각 대학 자유게시판에는 배치표 결과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특히 배치표에 나온 합격 가능 점수가 다른 학교보다 낮으면 이를 분석하거나 상대방 학교를 비방하기도 한다. 배치표에 따라 발표된 자신의 학교 위치를 학벌 순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는 'A학교가 B학교보다 한 수 아래 학교다', '학교 순위 A대학>B대학>C대학>', '이제 한국 3대 명문 사학은 A, B, C 대학' 등과 같이 학교 순위를 매기는 글들이 많다.

소위 라이벌 대학이라 불리는 학교는 배치표 결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자신의 학교·학과와 라이벌 대학의 학교·학과의 배치표 상 합격 점수를 비교해 자유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이와 같은 배치표 관련 글들은 조회수도 높다.

▲ 한 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

그나마 다행인것은?최근엔 수험생들이 '점공카페'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배치표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신뢰성 부문에서 보완되야 할 부분이 있으나 자본이 개입되지 않은 수험생들이 만든 배치표라는 것에서 의의가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찾는 사람(소비자)이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배치표의 왜곡된 권력에 휘둘리는 것도?시정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우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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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문헌>

오마이뉴스 '배치표 권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