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회계감사 법인에 "더 정확히 감사해라" 왜?

22일 서강대 바오로관에서 열린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조건' 강연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진호 기자
22일 서강대 바오로관에서 열린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조건' 강연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진호 기자
"기업윤리는 결코 기업의 이익에 반하지 않습니다. 위험을 조기에 알려주는 도구가 될 수 있어요. 윤리 문제를 괴로워하는 기업을 용서하지 마세요."


혁신경영의 아이콘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기업윤리에 대해 대학생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서강대학교(총장 유기풍) 지속가능기업 윤리연구소는 지난 22일 교내 바오로관에서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주제로 기업윤리 특강을 진행했다. 행사장에는 많은 학생들이 강연 시작 전부터 줄지으며 최근 높아진 윤리 경영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정태영 사장은 "기업윤리를 지키는 것도 좋지만 이에는 많은 리스크가 수반된다"며 "시스템이 따라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회사는 legal(합법적)한 것에 우선 순위를 둔다"면서 "쉽게 말해 아무도 교도소에 갈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디자인팀이 규제를 받지 않는 3만원 이내의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초코렛이나 연필을 만든 적도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현대카드와 관련 계열사들의 예를 들며 "우리 회사는 전무후무한 Auditing(회계 감사)팀을 가지고 있다"고 다양한 단계의 감사 시스템을 소개했다. 그는 "감사팀이 CEO를 가장 큰 잠재 범죄자로 생각한다"면서 "CEO의 방도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말해 투명한 감사 시스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언급했다.

정 사장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기업 규모에 비해 적은 수임료를 요구한 회계감사 법인에 반대로 더 큰 액수를 제시하고 정확한 감사를 요구한 바 있다. 그는 "내 회사의 부실을 내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감사법인이 정확한 이야기를 해준다면 사용한 돈에 비해 더 큰 효용을 낼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분의 책상 위에 올려진 숫자가 사실에 근거해야 의미가 있다"면서 합리적 시스템에 의한 평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정 사장은 강연말미에서 "기업의 윤리는 앞으로 굉장히 세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가 10이라면 우리나라는 7단계 수준까지는 올라왔다"며 최근 강화된 우리나라 기업의 윤리의식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기업 윤리는 결코 기업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면서 "회사 존속에 도움을 준다. 혹시 (윤리 문제를 피하기 위해) 괴로워 하는 회사가 있다면 용서하지 말라"고 기업윤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강연 내용에 관한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의도 이어졌다.

 

직원들에게 기업윤리와 관해 어떤 기준을 정한 바가 있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그는 "결론은 없지만 되도록 깔끔하게 지켜줬으면 한다"면서 "요즘은 (기업윤리를 지키지 않아) 교도소에 안 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로 인한 인사권의 문제나 심리적 부담 등 더 큰 걱정이 수반된다"며 "그런 회사는 훨씬 더 많이 망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1년 일어난 현대 캐피탈 해킹사건에서 어떻게 CEO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냐는 날카로운 질문에는 그 당시 현대캐피탈의 보안 수준이 굉장히 높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CEO를 처벌하면 해킹이 더욱 성행할 것"이라며 CEO가 받는 처벌이 해킹의 피해와 비교해 실익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교통사고도 과실치사나 1급 살인처럼 다양한 경우가 있지 않느냐"면서 "모든 사건을 살인범으로 모는 것은 도주의 위험을 더 키운다"고 말해 대표자에게만 쏠리는 무조건적인 책임공방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