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은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 중 하나로 오랜 세월 '각자의 비법'을 가진 돼지국밥집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민 음식이라는 고정관념 아래 값싼 재료로 맛을 내는 국밥집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국밥집은 맛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육수에 조미료를 사용하거나 첨가물이 들어간 다대기를 사용해 육수의 부족한 맛을 보완한다. 결국 제대로 된 돼지국밥의 맛과 풍미가 사라지게 된다. 

한식, 일식, 양식, 중식 등의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요리경력을 가진 부산출신 쉐프들이 모였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쌓아온 조리 노하우를 활용하고 좋은 식재료만을 사용해 제대로 된 돼지국밥의 기본이 되는 육수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엄용백 돼지국밥'을 만들었다.

이 돼지국밥은 두 가지 종류의 돼지국밥을 메인 메뉴로 내세운다. 곰탕식의 고기를 중심으로 삶아낸 맑은 국물로 나타나는 부산식 돼지국밥과 설렁탕을 연상시키는 뽀얀 색깔의 국물로 나타나는 밀양식 돼지국밥이다.

부산식 돼지국밥은 5~7일간 숙성한 고기를 사용해 국물이 맑지만 진한 고기맛이 난다. 밀양식 돼지국밥은 돼지의 사골과 등뼈, 꼬리를 사용해 진하지만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올해 1월에 신메뉴로 출시할 예정이다.

돼지국밥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국물이다. 엄용백 돼지국밥은 인위적으로 맛을 끌어내기 위해 첨가물이나 조미료가 들어간 다진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간은 2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과 새우젓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깔끔한 맛을 낸다. 칼칼한 국물 맛을 원한다면, 부추김치와 배추겉절이를 함께 곁들이면 된다. 또한 맛있는 돼지국밥은 잘 고아낸 국물만큼이나 국밥에 들어간 고기의 식감과 맛이 중요한 지표다. 이에 엄용백 돼지국밥은 다양한 고급 고기 부위(항정살, 토시살, 등심덧살, 오소리감투, 다릿살)를 사용해 부위마다 특색을 잘 살릴 수 있는 조리법으로 맛의 깊이를 더한다.

돼지국밥에 들어간 밥도 토렴해서 담아냈다. 토렴이란 따뜻한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 따랐다 해 밥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으로 보온 시설이 없었던 옛날부터 사용하던 전통적인 조리방식이다. 오래 전부터 국밥에도 사용되고 있다. 토렴을 하면 밥알이 국물 안에서 갓 지은 밥에 가까운 탄성을 가지게 되고 밥알에 국물의 맛이 더 잘 배어들어 맛이 좋아진다. 토렴하지 않고 따로 밥을 제공하면 육수에 밥알이 들어가면서 쌀알이 불어 죽처럼 변해버리며 국물 맛을 정확히 느끼기가 어렵다.

엄용백 돼지국밥은 담아내는 뚝배기도 남다르다. 일반 뚝배기는 흙으로 빚어 굽는 탓에 미세한 구멍이 있다. 이는 국물이 스며들거나 세척 시 흡수된 세제 등이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가열하거나 뜨거운 국물을 담게 되면 고스란히 빠져나와 맛을 해칠 경우가 있다.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엄용백 돼지국밥은 무흡수 뚝배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해당 뚝배기는 세제나 음식이 스며들지 않아 돼지국밥 본연의 국물 맛을 유지시킬 뿐만 아니라 보온성도 뛰어나다.

돼지국밥 집에서 빠질 수 없는 수육은 제주산 생오겹살을 사용했다. 수육 주문과 동시에 비법육수(씨물)와 함께 압력솥에 삶아 내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낸 게 특징이다. 압력솥의 높은 열과 압력으로 단시간에 삶아낸 수육은 고기의 육즙이 빠져나가지 못해 더 좋은 식감과 풍부한 육즙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수육는 따뜻하게 데워진 도마 위에 절반의 양만 썰어 천일염과 함께 담아낸다. 수육의 절반만 썰어 내는 데는 미리 썰어두면 육즙이 빠져나와 고기가 식감이 퍽퍽하고 감칠맛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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