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지원이 어려운 대학생, 취업준비생이 늘면서 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청년들이 개인회생과 신용회복을 염두하고 일단 돈을 쓴 뒤 각종 편법을 활용해 채무를 안 갚는 악성 채무자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금융감독원의 사금융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5,045명 중 138명은 등록 대부업, 미등록 대부업, 개인간 거래 등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사금융 이용자의 23.8%는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 경험이 있고 20~30대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청년층의 사금융 대출은 늘고 있는 추세다. 직장이 없는 학생, 취업준비생은 제1금융권의 금융 대출에서 철저히 배제되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이 어려워진 청년층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헬조선 속 대학생·취준생...채무불이행자로 낙인

저성장 시대, 경기불황의 늪에 빠진 청년들은 금수저를 절대 따라가지 못하는 이치를 깨달으며, 자신의 처지를 '흙수저'라 비관하는 '헬조선'에서 산다.

청년실업률은 지난달 10.9%를 기록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생 및 입사시험 준비생 등을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11.1%로 더 높았다. 게다가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20만 명대에 그치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실현되지 않는 반값등록금 정책에 실망하고, 치솟는 물가에 좌절하는 대학생·취준생들은 생활비를 위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찾아보지만, 녹록지 않아 결국 제2금융권 및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린다.

사금융의 경우, 근무하고 있는 직장이 없어도 아르바이트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청년층에게 대출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층이 스포츠 토토, 주식, 창업자금 등으로 대출을 받는 '한탕'의 유혹과 월세와 카드 빚 청산, 명품 구입을 위해 사금융에서 대출을 받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여대생 A(당시 20세)씨는 지난 2011년 명품 가방과 화장품 구매를 위해 처음 사금융에서 3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애초에 갚을 의사가 없었던 A씨는 고의적으로 채무를 회피하기 시작해 5년 째 대출 연체자로 전락했다.

5년 동안 이자가 붙은 대출 금액은 총 9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허위로 기재된 주소와 변경된 연락처로 인해 A씨와 접촉할 방법이 없는 대부업체는 법원을 통해 A씨의 통장에 압류를 걸었다. 그러나 A씨는 불법 채권추심을 당했다며 구청과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응대했다.

구청과 금융당국을 배경에 둔 A씨는 합의금으로 오히려 원금을 감면해달라며 대부업체와 '거래'를 제안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수도권의 한 대학에 다니는 B씨(23)는 아버지의 실직 이후 월세와 생활비의 지원이 끊겼다. 친구 집에 얹혀 살던 B씨는 친구에게 주식과 스포츠 토토를 배우게 됐으며, 큰 돈을 벌고 싶은 허황된 욕심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증빙 자료를 만들어 사금융에서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B씨는 대출금을 모두 탕진했고, 3~4차례 추가로 돈을 빌린 이후에도 여러 사금융으로부터 전전하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대출금이 불어나자 B씨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채무를 회피할 방법을 궁리했다. 끝내 법무사를 찾아 채무 회피 상담을 받은 후 돈을 갚을 의지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3개월 납입 후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C대부업체 관계자는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거나, 애초에 돈을 갚지 않을 의도로 제2금융권 및 사금융에서 대출을 받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제2금융권 및 사금융에서 청년층의 대출 신청을 꺼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의도적 채무회피, 지능화된 젊은 악성채무자들

지난 2013년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사금융을 이용하게 된 주된 이유로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이 어려워'가 54.8%를, '곧바로 빌릴 수 있는 사금융의 편리성 때문'이 39.4%를 차지했다.

이처럼 제2금융권 및 사금융은 제1금융권에 비해 낮은 신용에서도 대출이 가능할 만큼 대출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젊은 층의 수요가 많은 편이지만, 이들의 채무 완납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 C대부업체의 설명이다.

C대부업체 관계자는 "대학생과 취준생을 포함한 20대 장기(5~6년) 연체자는 대략 1만 5,000명이다. 허위주소를 기재했거나 휴대폰 번호를 변경한 후 잠적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택이나 직장을 찾아가는 것이 합법적임에도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거나 구청 및 관련 기관에 민원을 넣어 불법채권추심을 당했다고 거짓 주장을 펼쳐 오히려 법을 준수한 제2금융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채무 독촉에서 벗어나는 방법', '대부업 연체 빚 독촉 해결 지름길', '채무 회피 방법' 등 모두 인터넷 인기검색어이며, 20대 청년층들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채무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법원의 개인회생 등 관련 제도를 비롯해 가족 명의 이용해 채무 회피하기, 빚 독촉 받은 후의 증상 호소, 부채 의무와 공소시효 등까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악용해 의도적인 연체 이후 대부업체를 상대로 원금 감면을 요구하거나 불법채권추심을 당했다는 거짓 주장을 펼쳐 합의금을 유도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채무변제를 하지 않고, 7년이 경과될 시 채무불이행정보는 삭제된다. 이는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7년 이상 채무를 회피하면 결국 갚지 않아도 되는 사례를 증가시킨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제2금융권 및 사금융에서 연체자에게 폭력이나 협박, 신체접촉을 한다는 것은 오해다. 오히려 허위 신고로 피해를 입어 회사 보호 차원에서 녹취시스템까지 구축했다"며 "채무자에 대한 과도한 법적보호가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낳고 악성채무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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