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에 대한 존중…"무너져가는 공동체를 하나로"

무전음악 합창행진 퍼포먼스 '당인리선"

무전음악 합창행진 퍼포먼스 '당인리선' /사진제공=LIG문화재단
무전음악 합창행진 퍼포먼스 '당인리선' /사진제공=LIG문화재단
"없어져 가는 마을 공동체의 재건을 위해"

추석연휴 가족과의 해후를 뒤로하고 돌아온 서울은 낯설기만 하다. 대표 문화지구 홍대 앞에서는 이점에 착안, 합창과 행진으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무너진 공동체를 재건하는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LIG문화재단(이사장 구자훈)은 무전음악 합창행진 퍼포먼스 '당인리선'을 지난달 29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달 26일까지 매주 금요일 밤 열리는 행사는 '춤, 노래, 행동'을 교류방식으로 채택해 옛것을 기억하고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퍼포먼스는 40년 전 당인리 기차선이 지나던 마포구의 길을 따라 행진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학생과 주부, 일본 유학생 등 23명의 단원은 홍대입구역부터 상수동 당인리 화력발전소까지 약 2km를 걸으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게 된다. 단원모집 포스터 속 손글씨 역시 상수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가 직접 써 지역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임을 상기시켰다.


행진과 함께 부르게 될 합창가는 '그 옛날 석탄을 싣고 가던 그 기차 지금은 없어.' 우리의 발전을 묻고 싶다. 우리의 발전을 멈추고 싶네!' 등 지금은 없어진 가치와 발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가사가 눈에 띈다. 특히 행진은 '구루부 구루마'라는 기구를 이용해 보고 듣는 재미를 높인 것이 특징. 두 개의 바퀴가 달린 손수레는 현장에서 노래를 연주하는 즉석 공연장의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장에서는 기획의도와 타임테이블, 합창보를 적은 프로그램북을 배포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주변 주민과 상인들도 행진에 쉽게 동참하도록 했다.


행사를 기획한 독립 음악가 한받씨는 "지역 공동체와의 소통이 첫째 목적"이라며 함께 호흡하는 퍼포먼스라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퍼포먼스를 기획한 독립 음악가 한받. /사진=이진호 기자
퍼포먼스를 기획한 독립 음악가 한받. /사진=이진호 기자
-행진이라는 형식이 독특하다.
▶지역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기에 행진이 가장 적합했다. 당인리 발전소까지 걷는 동안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주길 바랐다. 주민들이 무전음악 행진가를 들으면서 한 번 더 주변을 둘러보고 지역공동체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무전음악이라면 돈이 들지 않는 음악을 말하는 것인지.
▶무전(無電), 전기를 쓰지 않는 음악이다. 이를 위해 스피커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노래를 부르고 손수 만든 악기로 연주한다. 그래서 내가 끌고 다니는 손수레 '구루부 구루마'도 새로 정비하고 장식도 더했다.


-지역공동체와의 소통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마포구의 경우, 홍대 앞이라는 상업지구 탓에 이동이 많고 오랫동안 살던 주민들도 예전을 그리워하는 경우가 많다. 행진루트로 당인리선을 택한 이유도 아이들이 뛰놀던 철길을 기억하고 팍팍해져만 가는 삶을 벗어나 보자는 의미다. 주민들이 단지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행진가를 따라부르며 함께한다면 소통의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지역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라만 보지 마시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 현재 삶 속에서 의문이 생긴다면 '당연한 인간의 도리'란 뜻의 당인리선 길을 함께 걸으면서 조금이나마 해소했으면 좋겠다. 예술가들의 노력도 같이 알아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런 움직임이 모이면 서로서로 되돌아보는 여유도 생길 것이다. 마포구뿐 아니라 도시의 모든 사람이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