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만 오면 北에 둔 가족 생각에…"

2만6000명 탈북민들의 추석 명절

"평소에는 별 생각이 없다가도 명절만 되면 북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이 납니다."


추석이 되면 '대이동'이 일어난다. 꼭두새벽부터 고속도로를 타고 고향으로 달려가는가 하면, 기차역이며 버스정류장이며 귀향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하지만 탈북민들은 추석이 오면, 더욱 갈 수 없는 고향생각이 간절해진다. 2003년 탈북한 박명희 씨(여, 남북하나재단 직원)는 남한으로 내려온지 벌써 11년. 박 씨는 "남한에서는 나만 열심히 살면 걱정이 없는 생활이지만 평상시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그리움이 유독 명절 때만 오면 떠오른다"고 말했다.

북한의 추석은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 씨는 "남한이랑 비슷하다. 추석에는 성묘를 다녀오고 성묘를 안가는 사람은 친척집이나 동네에 모여서 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추석이면 큰집, 작은집에서 제사를 지냈었는데, 이제는 작은집 혼자서 그 큰일을 치러야 하니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북한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제사도 작은집에 맡기는 형편이라 이 시기에는 더욱 아버지 생각이 난다"고 토로했다.

박 씨가 추석 시기, 친척들과 만나기 위해 이동했던 거리는 서울과 인천 정도의 거리. 하지만 교통편이 좋지 않아 한참을 걸어야 했다고. "친척들과 만난다고 갈 때는 아주 신이 났는데, 다리가 아파서 길에서 짜증을 내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친척들이 모이면 일단 즐겁고 맛있는 음식도 해먹었는데…"

 

남북하나재단은 지난 3일, 추석을 앞두고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 방문하여 적응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위로공연을 개최했다. /사진제공=남북하나재단
남북하나재단은 지난 3일, 추석을 앞두고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 방문하여 적응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위로공연을 개최했다. /사진제공=남북하나재단


그래서 명절 시기 탈북민들은 동네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동기들과 만나 외로움을 달랜다. 남한에 와 재회한 학교 동창들을 만나 서로 왕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는 탈북민들은 지인 및 동네친구들과 만날 수조차 없는 상태.

한국에 망명한 탈북민들의 사회적응을 도와주기 위해 운영되는 교육기관인 하나원의 교육생들은 이번 추석이 남한에서 처음 맞는 추석이다. 현재 250명 가량 되는 교육생들은 다음 퇴소일인 오는 11일까지 하나원에 묶여있는 신세다. 이동의 자유도 없이 추석을 하나원에서 보내야하는 상황. 아직 정리해야 하는 문제도 많다. 북한의 가족, 중국의 가족 간의 문제들을 처리하느라 바쁜 그들은 명절 시기 누구보다도 많이 외롭다.


탈북민동지회 최중활 회장은 "명절에 외롭거나 형편이 어렵지 않도록 2만6000여명의 탈북민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현재 탈북단체들이 30여개 있다. 이런 단체들끼리 연계해서 소속 회원이나 지역 탈북민에게 크지는 않더라도 작은 정성의 표시로 위문품이라도 전달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지난 3일 남북하나재단(이사장 정옥임)은 하나원에 방문해 적응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민 대상으로 위문공연을 개최하고 송편 등 명절음식을 나눴다. 정든 고향과 가족을 떠나 낯선 남한 땅에서 처음 명절을 맞는 탈북민들을 위로하는 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