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그림 그리듯. 유별남 사진 작가님

‘분당의 레디쉬 브라운’ 천장이 참 시원하게 높은 카페였다. 커피내리는 소리도 참 좋은 이 곳에서 작가 분을 만났다. 마침 친구 분과 함께 계셨고, 그 분 또한 전문 사진작가분이셨다. 웃음이 참 아름다운 분이셨는데 우리 인터뷰를 위해 인터뷰 사진을 찍어 선물로 주셨다. 세상을 담아내는 사진을 하시는 분과의 인터뷰가 끝나니 가슴 가득 좋은 에너지가 가득 차올랐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유별남입니다. 제 고향은 제주도에요. 어린 시절은 부산에서 지냈고요. 어릴 때 유치원에서 중학교까지 나왔고요. 고등학교부터는 서울에서 서울미술고등학교 나왔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미술 대회에 나가서 상을 많이 받았었어요. 미대 나와서 조각을 하니까 일을 해야 하는데,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인테리어, 무대미술 등 많이 했었어요. 하루는 밀양으로 무대 미술 하러 갔다가 3층 높이에서 떨어졌어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할 때. 오른쪽 다리 발목이 5조각나서 기브스하고 1년 동안 있었어요. 아무것도 못하고, 화장실도 못가고, 낙담한 30대 초반의 시대를 보냈죠. 그 때 옆에 카메라가 있었어요. 생각해 보니까 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인데, 중학교 때부터 제가 쓰던 카메라였어요. 다양한 작업을 해왔지만 가장 나랑 오래 있었던 건 카메라였던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죠. 글을 잘 쓰는 사람이면 글을 썼고, 미술이면 그렇게 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이 사진이었어요. 제 이야기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이죠.

외할아버지께서는 정원에 돌 하나를 놓으셔도 그냥 안 놓으시고 그림 그리듯이 놓으셨어요, 아버지께서도 혼자서 집 지으신다고 하시고 누나는 음악하시고, 형도 금속공예를 하고 집안에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아버님 형제들은 불교미술을 하시고, 집안에 그런 영향이 내려와요. 아버님 세대들는 자신의 재능들을 못 피웠지요. 정말 어려운 시대였잖아요. 고향이 제주도인데도 불구하고 취미로 하시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그런 아쉬움을 자식들이 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 사진 많이 찍어요. 제가 원래 애들을 잘 꼬셔요.(웃음) 어제도 제주도에 아이를 찍으러 갔었어요. 월드비전의 봉사활동으로 몇 년 전부터 사진을 찍어주고 있어요. 월드비전 일을 하면서 전 세계의 5개국을 돌아다녔는데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라는 책이 그 때 나왔어요. 그때 많이 찍은 것 같아요. 모델 시키듯이 아이들에게 시킬 순 없는 거고, 가능한 방법으로 찍고 있어요.

자신을 동식물에 빗댄다면 어떤 게 알맞을까요?

(하하 이런 질문은 처음이네)늑대. (담담히 말하시는 것이 늑대와 자신을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신 모양이다.) 보통 늑대하면 나쁜 이미지인데, 제가 생각하는 늑대는 강하게 스스로 헤쳐 나가는 늑대만의 그런 느낌이 들어 저와 어렸을 때부터 늑대와 겹쳐서 생각하고 그랬어요.

선인장! 데낄라? 함께 계시던 친구 분이 말해주셨다. 아마 사진기를 들고 여행하는 모습이 겹치셨던 것 같다.

여기 카페에서 자주 계시나봐요

카페에 걸려있는 작품들은 제가 한 작품이에요. 여기 카페 대표님이 제 작품을 소장하고 계세요. 옛날 전시에서 제 작품을 사시면서 인연이 돼서 그래서 이 카페에 자주 와요. 요즘엔 여기서 글을 쓰고 있어요. (드로잉 북이 많이 있었다.)

군대에 있을 때 메모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남들 연애편지에 그림도 그려주고 그랬죠. 그래서 지금 책에도 막 그림 그리고 쪽지 그리고 했는데 가끔 이런 것만 모아서 전시를 할까 생각도 했었어요. 대학교 때부터 그렸던 드로잉 북들도 다 모아두는데, 지금 원고 쓰는 것이 있어서 이것들을 다 모아들고 다녀요. 6월인가 7월에 책이 나와요.

사진을 찍을 때 찰나가 중요하지 않나요?

그런 거 생각하고는 못 찍어요. 그림자나 햇빛이나 가이아나 사진(위) 같은 경우는 해질녘에 혼자서 길에 쭉 나가있었는데 버스 정류장이 하나 있었어요. 근데 아이 한명이 오는데 햇빛이 쭉 있고, 머릿속으로 완성된 그림을 그리고 있다가 아이가 오는 것을 막 찍었어요. 이렇게 머리로 미리 그리고 찍는 사진도 있고, 우연히 순간을 만날 때 찍을 수도 있고요.

(Gayana라는 나라가 생소해요. 어떻게 다녀오셨나요?) 사실 파키스탄을 가기로 했는데 다 준비하고 거기 다 사람들까지 코디네이터 다 했는데 그 때 마침 이틀에 한 번 꼴로 폭탄 사건이 나와서 EBS 국장님께서 안 된다고 하셔서 급히 다른 나라로 갔었어요. 그때 가이아나를 처음 갔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파키스탄을 2000년도에 처음 갔는데, 그 후에 2006년도에 다시 가면서 파키스탄을 10년 동안 찍겠다는 프로젝트를 만들었어요. 파키스탄 곳곳의 다양한 이야기들, 우리가 모르는 그 곳의 문명과 사진 이야기들을 담은 프로젝트요. 그래서 2016년에 채워서 책을 낼 수 있을 거에요. “In 파키스탄” 이라는 프로젝트였어요. 작년여름(2010)에는 파키스탄에서 개인전을 했어요.

세계탐방기획을 하면서 요르단, 가이아나, 인도, 파키스탄을 다녔는데 그 중에서도 오지를 다녔어요. PD한테 나도 좋은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 잔하면서 하고 싶다 했더니 “유별남은 안 된다”라고 하셨죠(웃음) 그냥 개인적으로 모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크죠.

아프리카랑 중동이 가장 애착 가요, 계속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아프리카도 이번 겨울에 나갈 꺼에요. 아프리카를 그냥 검은 환상의 지역으로만 보면 안되요.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지구를 북반구 남반구라 나누면 남반구가 북반구를 먹여 살려왔어요. 우리가 들어낸 남반구를 채워야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찾은 것을 북반구 사람들에게 알려서 자각하게 해야 해요. 앞으로 계속 화두들을 끌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은? 혹시 이건 절대 못 팔아 하는 것도 있으신가요?

이건 절대 못 팔아 그런 것은 없어요. 팔아야지 작가죠. 사진은 복제가 가능해요. 그림과 다른 면이 있지요. 사진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보다, 누군가 가지고 보면서 즐기는 것이 좋은 거에요. 내 사진을 보면서 남이 좋아하는 그것이 좋은 거죠. 혼자 좋다고 꿍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어딜 가든 밤 사진을 찍는데, 새벽까지 기다려서 찍으니까 보통 추울 때 많이 고생하고 손 얼어가면서 찍은 별 사진들. 여기 카페에 있는 책에 있는데 아이 사진 중에 슬픈 사연이 있는 사진들. 아이들 사진은 많이 찍었지만 팔지 않았어요. 이런 사진은 얘기를 할 때 전달수단이지, 팔아서 돈을 벌지 않아요.

작품을 하실 때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는 색감보다 구도. 전시에 와서 막 물어봐요. 사진에서 회화적인 구도가 느껴진다고, 그림 하셨냐고 조각하셨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어떤 평론가가 너무 완벽한 구도 때문에 놓치는 게 있을꺼라고 해요.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집착해요. 때로는 풀어지려고 해요. 근데 구도를 놓치는 게 아니라 구도도 잡고 내용을 끌어올려야 해요. 제가 생각해도 구도는 잘 잡는 것 같아요. 2006년도 사진부터 구도에 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최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인가요?

반항심? 청소년기에 겪는 반항심과는 조금 다르죠. 결정적인 것은 2000 아프가니스칸에 있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매체를 통해서, 혹은 직접 보고 느끼다 보니 내가 알던 현실이 직접 가니까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러면 파헤치고 싶고 그래요. 요즘에 관심있는 것은 초콜렛이에요. 우리가 먹는 것 중에 진짜 오리지널 순도 카카오가 얼마나 있을까요? 카카오 열매를 따는 애들은 이게 초콜릿을 만든다고 생각을 못 해요. 자기가 따는 열매가 어떻게 팔려 나가는지 모르죠. 아이들이 노예처럼 그러고 있어요. 유럽에서는 ‘원주민들 보호하자’라고 하는데, 거기는 가공된 것을 못 팔아요. 남미나 쪽 애들이 자기들이 가공해서 팔면 더 오리지널 오가닉이 되는데, 그런 걸 유럽이나 미국에서 다 사가면서 걔네들은 가공을 못하게 법으로 만들었죠. 평생 그 친구들을 카카오 열매를 따기만 하라는 거죠. 코트디브아르에선 정말 심각해요. 이런 부분이 요즘에 작은 관심사에요. 그런 걸 찾아 다니면서 먹지마! 이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말은 해보는거죠. (위험한 곳에 많이 다니시는것 같아요. 전쟁중인 국가를 전문적으로 다니시는 건가요)그렇다고 전쟁 사진 전문가는 아니에요. 겁이 많거든요. 우연히 그런 지역에 갔는데 총이 터지고 그러더라고요.(웃음) 사람들이 파키스탄 위험한데 왜 가냐고 물으면, 전 미국이 더 무섭다고 말하죠. 총 맞으면 어떻게 해요?(웃음) 한국이 정말 안전해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전시나 책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Naver stop~ 시리즈를 기획하고 장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Naver stop thinking / Naver stop walking / Naver stop loving 3년짜리 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에 삼청동에서 Loving을 마지막으로 시리즈를 마감하게 될꺼에요. 한 해는 책 작업하고 한 해는 전시를 하고 그랬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성은 어떻게 되시나요?

포토 저널리즘을 전공해서 다큐멘터리로 작업하고 그러지만, 진정한 저널리스트는 아니에요. 원래 순수미술을 해서 그런지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다큐멘터리로 나누고 순수 미술로 나누고들 하지만, 사진도 하나의 비주얼이에요. 작품이 사람들한테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방법들 중 하나이지요. 단순하게 갤러리에 해서 팔 수 있는 멋진 사진 보다는 가만히 봐서 좋은 작품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게 전쟁 속의 아이들 모습이던, 사막속의 풍경이던, 구분을 짓지 않고 하나의 비주얼로 사람들에게 감성을 전달하려고 해요. 그래서 “인물과 자연을 주로 찍으세요?” 라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어요. 사람을 찍어도 뒤에 배경이 풍경인데, 자꾸 사람들은 무언가로 나누려고 하더라고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세요?

고흐는 참 좋아하는데, 고흐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굳이 고흐를 꿈꾸지는 않죠. 어쩌면 그림 그릴 때 가장 즐거웠던 사람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냥 내 얘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최고니까 사진을 찍는거죠. 그림 그리고 만들고 하는 것이 진짜 즐거워요. 미소 지으면서 하고 있죠. (로버트 카파와 같은 답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그림을 그렸던 사람을 말하셨다. 앞서 스스로 언급하셨듯이 유별남 작가님은 그림 그릴 때 행복한분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분의 사진은 그림 같다. 사진을 찍는 순간도 그림을 그리는 순간으로 여기심이 분명했다.)

예술과 문화에 대해 자유롭게 말해주세요.

예술은 공기와 같아서, 우리 생활에 어떻게 들어와 있는지 사람들은 잘 몰라요. 예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같은 세계 큰 미술 시장이 있으면 2, 3년 뒤에 디자인 시장에 들어와요. 그리고 1년이 지나면 그것들이 우리 생활에 들어와요. 어느 날 갑자기 저변이 생긴 게 아니라 미술 활동에서 흘러 흘러서 들어오게 되는 거죠. 사람들을 당장 눈앞에 있는 미술 음악만 그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에요. 디자인의 모든 것의 밑바탕의 예술이 있어요. 당장 문화 예술이 뭐가 필요해라고 물으면 공기와 같다고 대답해요. 그저 항상 눈앞에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거죠. 당장 눈앞에서 느끼는 것은 당장의 유희인거고, 예술은 먼 훗날 누군가에 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97년도에 독일에서 이태리의 행사를 갔었어요. 97년도가 세계에서 미술과 디자인이 동시에 열리는 해였어요. 미래를 꿈꾸는 젊은 대학생인 저에겐 환상이었죠. 첫 배낭 여행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근데 몇 년 뒤에 보니까 카셀이 최고 이슈가 뭐였냐면 사진이었어요. 사진이 돌아오는 거죠. 지금 보시면 사진이 엄청 나요. 시작은 거기서 했지만, 지금은 우리 생활 속에 디자인이던 음악이던 싹 다 흡수가 된다. 그 때 당장 예술이라는 건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것 보다 시간이 흘러 남아있고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전의 특별함이 있겠지만, 예술이라는 것은 당장 눈앞의 유희가 아니라 삶에 배어있게 하는 거죠.

작업을 어떻게 풀어야하나 끊임없이 생각을 해요. 사진작가가 왜 카메라 안 들고 다니냐고 물어보면, 톨스토이가 타자기 가지고 다니냐고 말해요. 이미지 획득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지 사냥이라고 생각해요. 찰나를 잡는 것은 판단을 해서 잡은거죠. 어떤 경험을 했고, 의식을 했고, 어떻게 살아 왔는지에 따라서 판단을 하는 거에요. 한 순 간의 포착이지만, 그건 한 순간이 아니라 할 수 있어요. 많이 쌓여 있을 때 그게 나오는거죠. 기술은 계속 발달하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대상과 소통하는 것을 얼마나 추구했느냐에 따라 깊이가 달라지죠. 완벽한 조명에 완벽한 모델이 아니라 뿌연 하늘에 쪼그랑 할머니를 찍어도 그게 가치가 있을 수 있는 것 처럼요.

좌우명과 함께 마무리 부탁드려요.

진행하는 시리즈처럼 좌우명은 Never stop ~ing에요. 무언가를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인데, thinking walking loving이에요.

저는 블로그에 한 달에 한 번씩 편지를 써요. 매월 첫 번째 월요일에. 먼저 보내고 블로그에 올려요. 처음엔 열 명으로 시작했어요. 가지고 있던 명함에서, 처음에는 사진 한 장이랑 글이랑 각각 따로 보냈어요. 지금은 1,500명이에요. 그게 지금은 모르는 사람을 따는 게 아니라 최소한 얼굴을 보거나, 자신의 책을 보거나 등 전시장 등 한 번이라도 연결된 사람들한테 보내요. 어떤 사람은 고객관리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더라고요. 사실은 자기도 1인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는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요. 사실 저도 보내기 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요. 어떤 이야기와 어떤 사진을 보낼까?하고 고민하죠. 다수한테 보내지만 한 사람한테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써요. 3년 조금 넘었는데, 한 번인가 월요일에 못 보냈는데 걱정 메일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주에 보내줬어요. 어떤 때는 답장이 올 때도 있고 해요. 아 또, 바탕화면에 깔라고 사진 이미지는 크게 보내줘요.

계속 하고 싶은 것은 봉사 사진 찍는 거에요. 월드비전에 계시던 작가분이 있었는데, 소개로 사진을 찍게 됐어요. 전 세계 5개국 다니면서 비행기 표는 받았지만 돈은 안 받았어요. 그 분이 5개국을 다니면서 기사를 쓰고, 거기에 실릴 사진을 제가 찍었어요. 근데 그게 그냥 내버려두기엔 너무 아까웠는지 편집부장이 책으로 내자고 했죠. 같이 책을 쓴 사람은 작가의 길을 가고 있어요. 이렇게 인연이 돼서 월드비전에 두 달 에 한 번 정도 후원하는 아이 의 사진을 찍어요. 재능 나눔으로 사회에 갚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